[동아마라톤] 후기

경기 소감

  • 총평

    첫 마라톤 풀코스를 도전하여 목표한 것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부상없이 대회를 잘 치루어서 감사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해냈다는 벅찬 감동에 나도 모르게 양팔을 활짝 치켜세우며 만세 포즈를 지었다.
    자동차 레이싱 경기에서 카레이서 뿐 아니라 카레이서를 도와주는 레이싱팀도 중요한 것처럼 이번 대회도 나 혼자만으로 치룬 경기가 아니라,
    주변에서 함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세종마 회원분들 덕분에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커다란 목표 달성을 하였지만, 좀더 다듬어 올 하반기에 다시한번 도전해보고자 한다.
  • 대회 후기

오전 6시반 버스 문이 열리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오는 순간 처음 맞이한 것은 매서운 바람과 까맣게 젖은 아스팔트 바닥이였다.
싱글렛 위에 우비 하나로 체온을 유지하며 종종 걸음으로 김기만 선배님을 따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으로 이동하였다.

미국대사관 쪽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가로질러 가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뛰어다니며 그간 대회를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였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 온 전학생 같이 그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덩달아 가슴이 두근 거리고 설레었다.

이순신 동상 앞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어스름한 새벽에 저마다 포즈를 잡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카메라 플래시가 없음에도 몸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영운선배님의 지시에 따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모여 몸을 부대끼며 단체사진을 위해 자리를 잡았고
모세선배님이 새벽을 깨우는 선창을 외쳤다 “세종!”, “세종!”, “세종! 세종!, 세종!”
그러자 누군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다같이 힘차게 “어이! 어이! 어이!” 하며 화답하였고 함성을 외치며 우리의 서울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대회시작인 오전 8시는 빠른 듯 하면서도 느리게 다가왔다. 긴장을 누그러 뜨리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 병욱선배님을 따라 세종문화회관을 가볍게 조깅하며 대회시작을 기다렸다. 화장실도 자주 찾았는데, 처음에는 지하철 역사에 있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았고, 1시간도 안되어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또 보았다. 경험해보니 간이화장실이 지하철 역사 화장실보다 더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칸막이가 있어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이 임박해 왔고, 같은 그룹인 지훈 선배님과 D그룹으로 이동하였다. 지훈선배님은 그날 처음 인사를 드렸는데, 첫 인상이 서브3 주자처럼 여유가 넘쳤고, 나를 그룹 선두 쪽으로 이끄는 경험 많은 장수처럼 절로 신뢰가 들었다.

무심천 대회와 다르게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있었고, 우리 그룹 출발 차례가 올 때까지 엄청난 함성에 쌓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잇었다.
앞 그룹이 출발 할 때 마다 콜로세움 무대위에 올라서는 것처럼 조금씩 전진했고 사회자의 출발 외침에 따라 모두가 우르르 출발하였다.

지훈선배님과 나란히 달리며 앞 사람들이 가는 속도에 맞추어 달려나갔다. 그때 지훈선배님이 왼쪽으로 붙어서 가자고 조언을 해주셨고,
‘아 곧 자회전이겠구나’ 생각하며 역시 경험 많은 선배님이시구나 생각에 따라 뛰면 완주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앞에 주자들을 따라가다보니 지훈선배가 페이스를 낮추라고 조언해주었고 아니나 다를까 가민시계를 보니 4분30초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페이스를 낮추며 4분 50초 페이스를 유지하며 그렇게 청계천 구간을 진입하였다.

날씨가 정말 쌀쌀하였는데, 추위 때문인지 청계천 구간을 진입하던 중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이 뻐근하게 뭉쳐오는 게 느껴졌고,
지훈 선배에게 쥐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니 속도를 더 낮추어 달리자고 해결 방법을 주셨고, 그렇게 10분 정도 더 달리니 뭉친 게 조금 완화 되는 것 같았다.

청계천 구간을 지훈선배님과 함께 달리며 D그룹에서 조금씩 C그룹으로 합류하려고 속도를 내었고, C그룹 340 페메를 지나치며 이대로 가면 340은 하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좀더 욕심을 내 330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지훈선배님과 330 페이스로 앞으로 달려갔다. 청계천을 반환하여 돌아오는 엘리트 선수들을 마주칠 때 쯤 세종마 선배님들의 뜨거운 응원 소리를 들으니 신이 절로 났다.
응원 소리에 힘입어. 또 다른 340 페메를 지나치며 이거 잘하면 330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도 제법 좋았고, 심박수도 170 정도로 크게 부담 안되었다.


청계천 구간이 끝날 무렵 지훈선배과 떨어지게 되며, 그때부터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30km 구간까지 4분50초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페이스조절에 신경을 쓰며 심박수가 180이 넘어가면 페이스를 낮추어 170대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였다. 처음 해보는 시도였는데, 종료 후 평균 심박수가 177정도인걸 보면 평소보다 페이스 조절 효과를 본 것 같았다.

곧 앞에서 달리고 있는 금순 선배를 보았고 “금순 화이팅!!” 외치며 선배를 응원하였다.
지난 여름 지방대회를 휩쓸며 330을 달성하신 금순선배를 보면서 ‘나도 금순 선배님처럼 잘 뛰고 싶다’는 생각에
금순 선배를 롤모델로 삼아 훈련에 참가하였는데, 어느덧 금순선배와 함께 뛰는 내 모습이 퍽 뿌듯했다.

35km 지점을 지나며 체력도 떨어지고 호흡도 거칠어졌다. 페이스도 어느덧 5분10초로 떨어지며 페이스를 올리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330이 쉽지 않구나’ 하며 큰 벽이라고 생각하며 힘껏 팔을 앞뒤로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38km에서 우리 세종마의 뜨거운 응원이 있었고 정말 없던 힘이 생겨 마지막 스퍼트를 올릴 수 있었다.
직접 제조해주신 에너지젤과 응원은 42km 완주할 수 있었던 큰 힘이였다. 정말 함께 뛴 시간이라 생각된다.


40km 지점부터 마지막 골인 지점을 향해 4분30초 페이스로 달렸고 맞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달렸다.
어느덧 저멀리 골인 지점이 보였고 정말 내가 해냈다는 생각에 양팔을 앞뒤로 크게 휘저으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3개월간 열심히 준비해온 시간이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에 정말 기분이 좋았다.

살면서 이렇게 진심으로 무언가를 노력해서 이루어 본 적이 오랜만이라
울컥 감정이 솟아 올랐다.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할 때 양팔을 높게 펴 만세를 외쳤고 서울마라톤에 꿈같은 기록을 세웠다.
내 삶에도 기록을 세운 순간이였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감동을 누릴 수 있었다 생각한다.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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